가격파괴 현상의 파급효과

 첫째, 가격파괴 및 비용파괴가 확산한다. 가격파괴 현상의 확산으로 과거에는 소매업계의 전반적인 一物一價의 균일가격 시대였으나 이제는 소매업체별로 가격이 상이한 一物一多의 가격 다원화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할인업체의 선도하에 소매가격이 낮아짐에 따라 납품가격도 낮아지고 이런 실정에서 제조업체들도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품질을 예전과 다름없는 수준에서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제조업체들은 비용절감을 위해서 원자재 구입가격 절감, 포장비 절감뿐만 아니라 운송비 및 재고비 절감을 위해 물류 하부구조와 정보시스템 구축 등에 많은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효율성과 생산성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유통업체인 할인업체의 등장은 우리나라 유통산업과 제조업 전반에 걸쳐 가격파괴와 함께 효율적인 운영방식을 전파하고 있다.

 둘째, 소비자 물가 안정과 실질소득이 향상된다. 양질의 상품을 싸게 만들고 싸게 유통하는 이러한 가격혁명은 국민경제 차원에서도 물가안정을 모든 부문에 걸쳐서 확신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1995년 봄 재정경제원이 한국에 소비자원과 함께 미국, 일본 등 7개국 8개 도시의 주요 공산품 43개 품목을 대상으로 비교 조사해 본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공산품 가격은 도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서울의 공산품 가격이 높은 것은 주로 과다한 물류비용과 낙후된 유통구조 때문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가격파괴 현상으로 물류의 효율성을 높이고 유통구조를 혁신하여 장기적인 물가안정과 실질소득의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셋째, 소비자 구매 행동이 변화된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도 가격파괴 현상에 의하여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많은 소비자가 예전에는 점포선택에 있어서 점포의 명성이나 이미지를 중요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할인업체의 영향으로 상품의 실질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할인업체가 시행하고 있는 셀프서비스 방식은 소비자들의 매장에서 스스로 상품을 평가하고 고르는 기회를 제공하여 상품의 질이나 가치를 적절히 평가할 수 있는 소비자의 안목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넷째, 유통구조가 개편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유통구조는 유통산업의 영세성과 비효율성으로 인하여 제조업체가 대리점과 같은 체제를 이용하여 도매 및 소매기능을 담당하고 유통망과 가격 체제를 장악하여 왔다. 그러나 가격파괴의 확산에 따라서 제조업체가 행사하던 가격결정 권한이 할인업체로 넘어가면서 유통경로의 주도권도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이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유통업체의 자사 상표 제품이 일반화되는 경우에 상품기획, 가격, 촉진, 유통 등 모든 마케팅 의사결정을 유통업체가 내리게 되고 제조업체는 단순히 생산만 담당하여 납품하는 공급업체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

 미래형 유통업종으로 주목을 받는 가격파괴형 할인 업태는 앞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새로운 주류로서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몇 년 내에 이러한 가격파괴 업체들은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포화상태에 일게 될 것이며 성장 잠재력이 높고 대지 매입 등의 투자비 부담이 적은 지방으로도 급속히 확산되어 우리나라의 유통구조를 전면적으로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할인업체의 수가 늘어나고 이들의 구매력이 향상될수록 제조업체들은 중간 유통구조를 가지기 힘들게 되고, 기존의 대리점 체제도 발을 붙이기 어렵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선진국과 같이 제조와 유통이 분리되고 유통업자들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할인 업태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게 될 것인데 마진 폭과 이익률이 낮은 할인업체의 경쟁이 격화되면 비용 절감과 상품력이 생존의 관건으로 등장하게 되어 운영시스템의 효율성이 높은 할인업체만 계속된 성장을 누리게 될 것이다. 오랜 기간 할인업체들 간의 경쟁이 진행되어 온 미국의 경우 탁월한 운영시스템을 가진 월마트가 동정 업계의 케이마트를 제치고 소매업계를 주도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가격파괴 할인업체 수가 증가하고 경쟁이 격화되면 유통산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적으로 효율성이 증가하게 되고 소비자물가가 안정되어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이익이 돌아가게 될 것이다.